책소개
배우, 작가, 감독, 비건 지향인, 페미니스트 등 다양한 이름으로 활동을 이어 온 손수현의 첫 번째 단독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다채로운 그의 활동은, 그간 자신이 나름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왔다는 믿음이 깨지면서부터 비롯되었다. 그러니까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거라고 믿었던 일들이 사실 세상의 기준에 의해 선택된 일임을 깨달은 후 그는 세상을 조금 더 선명하고 똑바로 보게 되었다. 마치 안경을 쓴 것처럼. 출간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고, 친구들을 한 빌라로 불러 모았으며, 동물을 먹지 않기로 다짐했고, 무례하게 구는 사람들을 더 이상 참지 않기로 했다. 이 세계에서 복작복작 살아가는 동시에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하고 싶은 것과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유심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그렇게 『쓸데없는 짓이 어디 있나요』를 완성했다. 책 한 권이 완성될 즈음, ‘쓸데없는 짓’이라고 믿었던 모든 것들이 사실은 유의미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걸 알았다. 오래된 핸드폰을 꺼내 차-알-칵 하는 카메라 소리를 듣는 일, 유기견을 임시 보호하는 일, 숨이 차고 무릎이 아프지만 트랙을 뛰어 보는 일, 샛길로 잠깐 빠져 보는 일……. 이렇게 특별할 것 없는 일들로 이루어진 글들을 읽다가 한 꼭지가 마무리될 때쯤이면, 어느샌가 마음 한편에 작은 돌멩이 하나가 톡 떨어져 있다. 그 돌멩이는 얕지만 긴긴 파동을 이뤄 내며 우리의 ‘쓸데없는 짓’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그의 문장은 머리카락이 쭈뼛할 만큼 강렬한 지진이 아니라 손끝 발끝으로 전해지는 지난한 진동인 것이다.
목차
추천사
프롤로그: 옮긴이의 말
고양이: 슈짱
스티커 떼기
모르는 개 산책
나의 루틴과 앙꼬
잘 들어가
3에게
김치뽕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작은 덕질, 그 1라운드
실
고양이: 땅이와 모르는 개
멍
나는 오른쪽 새끼손가락이 짧다
이별하기
중학교 때까지 산타를 기다린 너
미피와 담벼락
신의필의 파니핑크
타이레놀하고 애드빌
덕질, 그 2라운드
ABCD……Z
준최선의 산책
숲에서 소화된 날
안락
사물이 실제로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떠나요 둘이서 제주도 푸른 섬
착한 사람 되기
손수현, 손수건, 수현
집 안이 시끄러운 이유
아마도 ESTJ
날개가 있지만 없어요
에필로그: 쓸데없는 짓
「프리랜서」
책 속에서
굿즈를 모으는 데에는 여러 가지 각자의 이유가 있겠지만 나와 비슷한 용도로 가방에 배지를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타인의 가방에 빼곡한 배지를 보며 말 한 번 나누지 않아도 안전함을 느낄 때가 있다. 나는 가방의 배지 대신 노트북의 스티커로 그걸 대신한다. 맨질한 노트북에 하나 슬쩍 붙여 보니 썩 마음에 든다. 새하얀 노트북이 눈 덮인 들판이라면 하나둘씩 붙여진 스티커는 발 시린 고양이의 발자국. 빼곡하게 올곧은 문구들이 도도하지만 가끔은 외롭고, 그래도 역시 떼기는 어렵다. 스티커는 떼기가 어렵다.
P.036, 스티커...
굿즈를 모으는 데에는 여러 가지 각자의 이유가 있겠지만 나와 비슷한 용도로 가방에 배지를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타인의 가방에 빼곡한 배지를 보며 말 한 번 나누지 않아도 안전함을 느낄 때가 있다. 나는 가방의 배지 대신 노트북의 스티커로 그걸 대신한다. 맨질한 노트북에 하나 슬쩍 붙여 보니 썩 마음에 든다. 새하얀 노트북이 눈 덮인 들판이라면 하나둘씩 붙여진 스티커는 발 시린 고양이의 발자국. 빼곡하게 올곧은 문구들이 도도하지만 가끔은 외롭고, 그래도 역시 떼기는 어렵다. 스티커는 떼기가 어렵다.
P.036, 스티커 떼기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에게 위험한 사람일까? 나는 원래 스스럼없는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언제부턴가 그런다. 내가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해서 그들이 나를 다 좋아해 주지 않는다는 걸 알고 나서부터는 무턱대고 내 모든 걸 드러낼 수 없는 것이다.
P.44, 모르는 개 산책
조심히 들어가고 도착해서 연락해.
뚫어질 듯 문자를 바라보던 나는 실소를 흘리고서 몸을 돌렸다. 알 사람들은 알만한 그 실소. 그래. 조심히 들어가야지.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고개는 당당하게 들고 빠른 걸음으로 걷다 보니 내가 지나온 길에는 아주 긴 일직선이 그려졌다. 계속해서 같은 속도로 길을 걷는다. 먹은 술이 아깝다고 생각하면서.
P.44, 모르는 개 산책
생각해 보면 그때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물론 지금도 많지만 어쨌든 예전을 생각하면 아무런 의식이 없었던 듯 희뿌연 이미지들로 가득하다. 내가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든 것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를 확신하는 이유는 기능에 비해 단순하다. 기억이 또렷하기 때문이다. 기억의 물리적 거리와는 무관한 또렷함. 필연적으로 나는 그때보다 조금 더 또렷하게 선택을 하기 시작했다.
P.70, 3에게
여자 연예인들은 사회 보편적인 기준에서 보통 말랐다. 안 마른 주인공을 본 적이 별로 없었던 건 이상하리만치 몽땅 말랐기 때문인가, 아니면 바늘구멍이 애초에 그렇게 생겨 먹었기 때문일까. 안 말랐다가도 바늘구멍을 통과하고 나면 죄다 말라지는 걸 보니 아무래도 그 구멍에는 좀 문제가 있다.
_P.91, 실
키가 쑥쑥 자라니 팔다리가 길어졌고 손가락이 길어지니까 내 새끼손가락이 남들보다 짧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짧은 새끼손가락으로 수많은 약속을 하고 수없이 약속을 어겼다. 두꺼운 엄지로 미래를 기대했더라면, 중지를 욕으로 쓰는 대신에 무언갈 휘감아 어떤 것을 희망했더라면 그 많던 약속들이 조금은 더 튼튼했을까.
_P.123, 나는 오른쪽 새끼손가락이 짧다
또다시 크리스마스다. 크리스마스엔 늘 눈을 기다렸고 여전히 눈이 오면 좋겠지만 이젠 뭐 오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생각해 보면 운전할 때 길이 미끄럽지 않을 테니 오히려 잘된 일이다. 산타할아버지, 정말 없는 거죠. 그렇다면 제가 갑니다. 루돌프가 끄는 썰매 말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길을 터 갈 수 있는 핸들이 쥐어졌다. 빨간 코 대신에 주황빛 라이트, 기름만 제때 넣어 준다면 멈출 일 없는 내 차를 타고 기다려도 오지 않는 산타를 대신해서 이제는 내가 간다. 기다림은 애저녁에 끝이 났고 그러니까 비로소 내가 갈 수 있다. 엘사, 너에게도 그런 순간이 오겠지만 그게 오랫동안 슬픈 일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_P.144, 중학교 때까지 산타를 기다린 너
손수현은 손수건이 되었다가 어느덧 손 작가, 손 배우가 되었다. 송충이는 송 사원이, 신라면은 신 대리가, 장독대는 장 사장이 되어 버리는 세상에서 나는 점점 더 수현으로 불리고 싶다. 다정한 목소리로 누군가 “수현아” 불러 준다면 나는 “응?” 하며 돌아볼 텐데. 반가움을 가득 안고서.
_P.260, 손수현, 손수건, 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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