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불가해한 세계 속에서 해명할 수 없는 실존적 불안에 시달리는 현대인을 그려내는 데 천착해온 작가 강영숙의 여섯번째 소설집 『두고 온 것』이 출간되었다. “자기 경험의 세계가 순금같이 구현된 소설” “다른 세대는 하기 힘든 두툼한 이야기”라는 평과 함께 제18회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한 「어른의 맛」을 비롯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발표한 아홉 편의 단편이 수록되었다. 등단 이래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일상을 파고드는 혼란과 불안을 황폐한 도시로, 폐부를 비집고 들어오는 흙먼지로, 희뿌연 환영과 낯선 길로 형상화하며 독보적인 소설세계를 구축해온 강영숙은 『두고 온 것』에 이르러 재난 ‘이후’에 주목하며 더욱 넓어진 지평을 선보인다. 소설은 현실을 유리 파편에 비추듯 날카롭게 그려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재난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를, 개인적 불행을 겪은 인물들이 마주한 폐허를 딛고 서서 그 너머로 시선을 던진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뒤흔들리는 세계에서, 재난이 또다른 재난으로 도미노처럼 이어지는 가운데 우리에게 도착한 『두고 온 것』은 그래서 더욱 의미 깊게 읽힌다.
목차
어른의 맛 … 009
두고 온 것 … 039
버려진 지대에서 … 065
후암 이후 … 091
낙산 … 117
스모그를 뚫고 … 139
더러운 물탱크 … 163
곡부 이후 … 181
라플린 … 209
해설│황예인(문학평론가)
결국 누구도 도망가지 않았다 … 239
작가의 말 … 259
책 속에서
승신은 수연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N시에 살 때처럼 침대에 누워 어깨를 안고 서로의 뺨을 붙였다 떼었다. 문득 천장에 매달아놓은 드림캐처가 보였다. 승신은 더이상 호연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또 남편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더이상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사는 건 그냥 저 드림캐처의 동그란 고리 같은 것이라고 하고 내버려두기로 했다.
수연은 닭똥 냄새 지독하던 양계장 사택에서 그랬던 것처럼 승신의 팔베개 안에서 눈을 깜박거렸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말했다.
혹시 지진이 나서 집이 무너지...
승신은 수연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N시에 살 때처럼 침대에 누워 어깨를 안고 서로의 뺨을 붙였다 떼었다. 문득 천장에 매달아놓은 드림캐처가 보였다. 승신은 더이상 호연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또 남편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더이상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사는 건 그냥 저 드림캐처의 동그란 고리 같은 것이라고 하고 내버려두기로 했다.
수연은 닭똥 냄새 지독하던 양계장 사택에서 그랬던 것처럼 승신의 팔베개 안에서 눈을 깜박거렸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말했다.
혹시 지진이 나서 집이 무너지면 어쩌지. 그렇게 되면 날 꼭 찾으러 와.(「어른의 맛」, 35~36쪽)
파라솔 아래에서 술을 마시던 애들이 몸을 밀치며 싸우고 있었다. 한 손으로 상대의 어깨를 밀고 소리를 지르고 팔을 뻗어올렸다. 삶은 저애들을 더 비관적으로 만들 거야. 승신은 애들이 살면 살수록 더 비관적으로 변할 거란 사실을 알았다. 그녀는 삶이 사람들을 더 비관적으로 만든다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어른의 맛」, 36쪽)
승신은 잘 아는 길을 걷는 것처럼,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앞을 향해 계속 걸어나갔다. (…)
그리고 갑자기 흙 한줌을 집어 입에 넣었다. 순식간에 입속의 수분을 모두 다 빨아들이는 흙의 맛은 승신이 언젠가 마카오에서 먹었던 비스킷의 맛을 떠올리게 했다. 카지노에서 돈을 잃은 사람들이 먹는, 마치 황사를 삼키는 것 같은, 아무 맛도 나지 않아 어른의 맛이라고 했던 그 아몬드 비스킷의 맛이었다.(「어른의 맛」, 37쪽)
소희는 가끔 억울했다. 그러다가도 은수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음이 달라졌다. 내 딸은 감독이다. 내 딸은 중요한 일을 한다. 내가 저애를 낳았다. 은수는 전보다 흰 머리칼이 늘었고 팔자주름도 짙어졌다. 담배를 피우는 탓에 피부는 엉망이었고, 가릴 수 없이 튀어나온 뱃살도 여전했다. 그럼에도 은수는 뭐라고 말해도 부족한, 소희에게는 세상에 단 하나 있는 그 무엇이었다.(「버려진 지대에서」, 72~73쪽)
엄마보다 내가 먼저 죽었으면 좋겠어. 엄마가 나 죽는 걸 지켜봐주면 안 무서울 것 같아. 은수는 가끔 엄마에게 그런 말을 하고 싶었다고 E선배에게 고백했다. 그리고 이사하던 날 엄마를 찍은 영상의 일부를 첨부 파일로 보냈다. 답장은 밤 아홉시쯤 도착했다. 이런저런 말 끝에, 전과 달리 네 영상이 차분하고 따뜻해졌다고 적혀 있었다. 별것도 아닌 그 문장을 보는 순간 은수는 피식 웃었다. 상처 난 얼굴이 땅기고 아팠다.(「버려진 지대에서」, 89~90쪽)
스모그만 걷힌다면, 오늘밤만 무사히 지난다면 아무 문제 없다고 중얼거리며 지영은 바로 눈앞도 보이지 않는 다리 위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때 커다란 개 한 마리가 이 모든 것이 다 보인다는 듯, 지영의 몸을 툭 치고 다리 위를 가로질렀다. 순간 개의 혀가 지영의 손을 핥고 지나갔다. 지영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고 그녀의 모습은 스모그에 지워져버렸다.(「스모그를 뚫고」, 1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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