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신작 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마흔 번째 소설선, 서수진의 『유진과 데이브』가 출간되었다. 2020년, 장편소설 『코리안 티처』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우리 문단에 혜성처럼 등장한 서수진의 이번 작품은 국적과 인종을 달리하는 두 연인의 사랑의 불가능성에 관한 진지한 고찰을 담은 소설이다. “우리가 외면해선 안 될 이 나라의 진짜 모습을 가르쳐준다는 의미에서, K-자부심에 취해 있을지 모를 우리에게 때마침 찾아온 반가운”(문학평론가 신샛별) 소설이었던 전작의 연장선상에서 더 확장된 세계관을 보여주는 이번 소설은 2021년 『현대문학』 10월호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해 내놓은 것이다. 나는 무엇을 꿈꾸는가? 심사위원 만장일치를 끌어내며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서수진의 등단작 『코리안 티처』는 한국어학당에서 일어나는 네 명의 여성 시간 강사의 이야기를 담은 이 소설이다. 좁게 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비정규직 여성들의 이야기인 듯 보이나, 각 인물들이 봉착한 위기와 그 극복의 과정을 통해 “인간은 마땅히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라는 근원적 고민 앞에 독자들을 세운다는 평을 받았다. 서수진의 이번 신작 『유진과 데이브』 역시 좁게 보면 국적과 인종을 달리하는 두 연인의 사랑과 갈등을 둘러싼 이야기인 듯 보이나, 결국에는 ‘나답게 사는 것은 무엇인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존재론적 화두를 다시 한 번 독자들에게 던지고 있다. 한국에서 미술을 전공했으나 여러 번의 좌절을 경험하고 도망치듯 호주로 간 유진은 시드니의 한 펍에서 건축 프로젝트 매니저 데이브를 우연히 만난다. 처음 본 유진에게 담배를 얻어 피우며 데이브는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왜 그걸 해야 하는지를 모르겠다는 선문답을 유진에게 던진다. 그날 이후 연인으로 발전한 유진과 데이브는 호주와 서울을 오가며 양가에 인정받는 사이가 되지만 인생의 중요한 결정 앞에서 여전히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다. 둘이 함께 정착한 호주의 최남단 섬 태즈메이니아에서 유진은 그림을 다시 그리며 새로운 삶을 꿈꾸지만 그녀에게 돌아오는 건 소외와 배제, 자기부정의 슬픔뿐이었다. 데이브의 여동생이 동성의 파트너와 결혼을 하던 날, 둘 사이의 갈등은 최고조을 향해 치닫고, “자신이 왜 우는지 도무지 알 수 없”고 “삶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이유를 찾을 수 없”는 유진은 데이브에게 삶의 답을 찾아 떠나겠다 선언한다. 성장 배경과 과정이 다른 두 연인의 각자 다른 듯 닮은 고민과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삶이 마땅히 추구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그 과정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소설가에게 과녁을 정확히 그려달라는 요구는 사실 온당치 않으며, 반대로 그런 요구 앞에서 적당히 미끄러져나갈 수 있는 소설적 기법도 있다. 그러나 부사를 용납하지 않고 인물을 함부로 구원하지 않는 직설적인 작가는 얕은수를 쓰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우리뿐이잖아”라는 데이브의 하소연은 결연하지도, 낭만적이지도 않다. “정말 우리한테는 우리뿐인 거야? 그게 답이야?”라는 유진의 반문이 훨씬 더 단단하다. (장강명)
목차
유진과 데이브 9
작품해설 184
작가의 말 201
작가의 말
나는 호주인과 결혼했다. 이 책을 나와 남편의 연애 이야기로 읽을 독자들을 위해 몇 가지 항변을 적어둔다.
1. 내 남편은 내 눈에는 잘생겼지만 객관적으로 데이브처럼 수려하지 않다.
2. 나는 유진보다 성격이 더 지랄 맞다. 남편은 한동안 나를 앵그리 코리안이라고 불렀다.
3. 우리는 우산을 던지며 싸운 적은 있지만 밀치며 싸운 적은 없다.
4. 우리는 재정 분담을 한 적이 없다. 둘 다 돈 개념이 전혀 없다.
5. 나의 엄마는 게장을 만들 줄 모른다.
6. 남편에게는 여동생이 없다. 형이 있는데 게이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사랑하는 남편, 패트에게 바쳐져야 한다. 그가 나를, 내가 그를 사랑했던 시간이 이 소설을 낳았다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다.
고마워, 자기야.
앵그리 코리안이랑 같이 살아줘서.
2022년 봄
수진
책 속에서
* “도대체 사랑한다는 말은 언제 할 거야? 이럴 거면 연애는 해도 사랑하지는 않을 거라고 미리 말을 했어야지.”
그 농담은 흡사 마법의 주문과도 같았다. 데이브와 유진은 팽팽하게 맞서 싸우다가도 유진이 그 말을 하고 나면 같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자연스레 유진이 원하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는 했다. 그렇게 둘은 알맞은 시기에 서로의 손을 잡게 되었고, 서로를 여자 친구와 남자 친구로 부르게 되었고, 전화를 끊을 때마다 사랑한다고 말하게 되었다. 그렇게 하기 싫다고 미리 말하지 않았으므로.
-59쪽
* 데이브는 여전히 그런 ...
* “도대체 사랑한다는 말은 언제 할 거야? 이럴 거면 연애는 해도 사랑하지는 않을 거라고 미리 말을 했어야지.”
그 농담은 흡사 마법의 주문과도 같았다. 데이브와 유진은 팽팽하게 맞서 싸우다가도 유진이 그 말을 하고 나면 같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자연스레 유진이 원하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는 했다. 그렇게 둘은 알맞은 시기에 서로의 손을 잡게 되었고, 서로를 여자 친구와 남자 친구로 부르게 되었고, 전화를 끊을 때마다 사랑한다고 말하게 되었다. 그렇게 하기 싫다고 미리 말하지 않았으므로.
-59쪽
* 데이브는 여전히 그런 생각을 할까? 매일같이 길을 잃어버린 느낌에 사로잡히고, 도무지 답을 찾을 수 없어서 괴로울까?
유진과 데이브는 연인이 된 후에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데이브가 먼저 이야기하지 않았으므로 유진도 묻지 않았다. 사실 데이브가 그렇다고 대답할까봐 두려워서 묻지 못했다. 유진과 함께 밥을 먹으면서, 섹스를 하면서, 같이 잠을 자면서, 사랑한다는 말을 나누면서도 지금 뭘 하는 건지 생각할까봐. 자신을 괴롭혔던 일을 그만두고, 태어나고 자란 나라를 떠나 바다를 건너왔는데도, 그런데도 여전히 같은 생각에 시달릴까봐.
-102쪽
* “생각해봐, 사람들이 결혼을 왜 해? 같이 살려고 하는 거잖아. 엄마 말대로 한국에서는 결혼 안 하고 같이 살면 욕먹으니까. 근데 결혼 안 하고 같이 살면서 욕 안 먹으면 안 하는 게 훨씬 이득 아냐? 결혼으로 얻을 거는 다 얻고 귀찮은 의식이나 복잡한 신고 같은 건 안 하는 거지. 결혼식 그거 다 허례허식이야.”
“그래도 그게 아냐.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몰라.”
엄마는 그 말을 반복했다.
그래도 그게 아니다. 한국에서는 그게 아니다. 너는 호주에 가도 한국 사람이다. 한국 사람한테는 그게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게 아니다. 그날 엄마의 말은 유진의 머릿속에서 오랫동안 반복되었다.
-142-143쪽
* 그때의 유진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집에서 자신을 향해 부드럽게 웃어 보이는 남자와 살게 될 미래를 그리지 않았다. 그와 자신의 사이에 흐르는 익숙하고 안정적인 공기에 대해서도 상상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 모든 것은 선물처럼 주어진 행운이었다. 분명히 그랬다. 그런데도, 그렇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하루를 보내고도 침대에 누워 잠든 데이브를 바라보면 울고 싶어지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왜 다시 그때처럼 삶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것 같은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1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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